음식의 수레바퀴: 함께 먹고 함께 죽는다
구자 선사
얼마 전, 저는 베를린의 선원에 거주하는 한 젊은 여성인 소피 밴덴케르크호베에게 입문 법문(dharma talk)을 부탁했습니다. 우리 둘 다 케피르(러시아어:소젖이나 염소젖, 양젖을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발효 유제품)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저는 그녀에게 발효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그녀는 기꺼이 수락했고, 보살 박테리아에 대한 아름다운 연설을 했습니다.
“선원에서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은 제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지금은 케피르 알갱이들을 키우고(발효) 있습니다. 케피르 알갱이는 효모와 박테리아의 혼합물입니다. 색은 흰색이고 모양은 작은 호두와 같습니다. 우유를 먹여야 하고 따뜻한 곳에 보관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키우고 있습니다. 자라는 동안에 발효 과정이 일어납니다. 그와 동시에 저에게 맛있고 영양가 있는 케피르 음료를 얻게 되는 기쁜 일이 일어납니다!
이 케피르 알갱이들은 아마도 스스로 “맑은 마음을 유지하고 다른 존재들을 돕고 싶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알갱이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누군가의 양분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알갱이들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하지 않고 그냥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한 겁니다. 저는 숭산스님의 가르침의 의미를 알갱이에서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맑으면 우주 전체를 돕습니다.” 덕분에 숭산스님이 저에게 던진 질문을 곱씹습니다. “당신은 왜 매일 밥을 먹습니까?”
케피르 알갱이는 있는 그대로 그들이 해야 할 임무를 완성했습니다. 우리가 특별한 것을 만들지 않는 한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확해집니다. 배고프면 어떻게 합니까? 먹으세요. 누군가 배고프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 사람에게 음식을 주세요. 따라서 음식을 먹는 것도 법이고, 누군가에게 음식을 주는 것도 법입니다.
그렇다면 왜 음식은 우리를 고통에 묶는 장애물 중 하나가 될까요?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은 필요합니다. 이것은 좋고 나쁨이 아닙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은 많은 것들에 집착하게 되어 법륜을 돌리는 대신 음식의 수레 바퀴를 따르게 됩니다. 음식의 바퀴를 따르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배고프다—>안 먹는다, 배고프지 않다—>먹는다, 누군가 배고프다면—> 내 음식을 내가 먹는다와 같은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음식에 대한 집착이라고 할 뿐만 아니라 ‘나’라는 독립된 존재에 대한 집착이라고도 부릅니다. 나는 이 음식을 원한다; 나는 그 음식을 원하지 않는다, 내 건강을 위한 음식, 내 몸을 위한 음식, 그리고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우주 전체가 우리의 배(위장)가 됩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 배고파집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사랑, 감사, 만족 등에 대한 배고픔도 커집니다. 마치 쳇바퀴에 갇힌 햄스터처럼 미친 듯이 달립니다. 멈출 수도 없고, 충분하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싸는 똥 더미는 얼마나 될까요?
사실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몸에서 발효가 될지 부식이 될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즉 통찰력과 자비의 꽃이 자라나게 할것인지 아니면 단지 악취 나는 오염 더미를 만들 것인지 말입니다. 이 선택은 왜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한국의 일부 선원에서 식사 전에 스님들이 부르는 계송은 이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이 음식을 받으므로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중생이 참된 자양분이 됨과 더불어 참선의 행복을 깨닫고 법으로 충만하기를 바랍니다. 음식은 몸의 부패를 치료하는 약입니다. 수행을 완성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합도록 합시다.”¹ 우리가 먹는 음식은 본래의 참된 본성으로 돌아 가도록 도와줍니다. 참된 본성은 삶과 죽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본성을 찾기 위한 수행은 잘 살고 잘 죽는 것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과 죽음을 초월합니다. 한번은 한 학생이 숭산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선사님, 광활한 바다에 있는 작은 배에 난파된 사람들이 여러 명이 있다고 가정해 볼께요. 그들은 모두 굶주리고 있으며, 음식과 물은 조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누가 음식을 먹어야 합니까?” 화살과 같은 속도로 숭산스님은 대답했습니다. “함께 먹고, 함께 죽어!”
같이 먹고 같이 죽어가는 동안 분명하게 남아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이 지점에 도달하면 온 우주가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Note 1:Martine Batchelor와 Son’gyong 스님의 한국 참선에서의 여성: 삶과 실천 (시러큐스, 뉴욕:시러큐스 대학 출판부,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