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이란 무엇인가? 선은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 나란 과연 누구인가? 선을 이렇게 원으로 나타내 보자.
0°에서 90°까지 살펴보면 이곳은 생각과 집착의 경계이다. 생각이란 욕구이고 욕구는 괴로움이다. 모든 사물은 상대적인 것으로 나누어지는데, 선과 악, 미와 추, 네 것과 내 것,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있고, 행복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괴로움을 피하려고 애쓰는 것이 그것이다. 여기에서 삶이란 괴로움이고, 괴로움이 바로 삶이다.
90°를 지나면 의식의 경계 혹은 업아(業我)의 경계이다. 90° 이전에는 이름과 모양에 집착했다. 그러나 여기는 생각에 집착하는 경계이다. 만물은 이름과 모양이 있지만 그 이름과 모양은 공(空)으로부터 온 것이므로 다시 공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생각이다.
180°에 이르면 전혀 생각이 없어진다. 이것이 진정한 공의 경험이다. 생각을 내기 전에는 낱말이나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산도 없고, 강도 없고,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으며, 아무 것도 있을 수 없다.
다음이 270°의 경계이고, 신통과 기적의 경계다. 여기서는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전혀 장애를 받지 않는 완전히 묘유(妙有)로운 경계이다.
여러분이 만일 180°에 머물러 있으면 공에 집착하게 된다. 또 270°에 머물러 있으면 묘유에 집착하게 된다. 360°에 오면 만물은 있는 그대로가 된다. 진리란 이렇게 여여(如如)한 것이다. ‘여여함’이란 아무것에도 걸림이 없음을 뜻한다. 360°는 0°와 똑같은 지점이고, 즉 우리는 돌아서 우리가 항상 존재하는 출발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차이라면 0°가 집착하는 생각임에 반해 360°는 집착하지 않는 생각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숭산 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