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식 법문

전법식 법문

(주장자로 바닥을 한 번 치고) 쾅!

태어나기 전에, 어떤 물건이 보고 듣고 했던가?

(주장자로 바닥을 한 번 치고) 쾅!

지금 보고 듣는 그 물건은 무엇인가?

(주장자로 바닥을 한 번 치고) 쾅!

죽고 난 뒤, 보고 듣는 그 물건은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위 셋 중에 어떤 것이 ‘진짜 나’인가?

할!

바닥은 노랗고, 카메라 소리는 “찰칵, 찰칵”.

약 140년 전 한국, 경허선사가 은사스님께서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었습니다. 도중에 비바람을 맞아 어느 마을에서 쉬어갈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들르는 집마다 선사는 들어오는 것조차 거절을 당하였는데, 그 마을에 혹독한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마을 어귀에 폐허가 된 한 집에 들어갔는데, 온 집안 식구가 시체가 되어 방 안에 누워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마음 언저리에 솟아났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강사로서 지금까지 자부해 오던 불경에 대한 모든 이해가 생사지대사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강원으로 돌아갔을 때, 경허선사는 대중들에게 본인은 더 이상 경전에 대한 강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리고 풀리지 않는 한 가지 질문을 들고 참선수행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을 훤히 밝혀 꺼져가던 한국 선불교를 중흥하시게 됩니다.

그로부터 약 반세기 이후, 숭산선사는 다른 종류의 고난을 겪고 목숨을 건 수행을 하시게 됩니다. 유년기는 일제 강점기에서 숱한 비극을 경험하고, 온 국민이 염원하던 독립이 이루어지자마자 같은 국민끼리 두 부류로 나뉘어 서로 싸우는 절망적인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 상황은 결국 전쟁으로 치달어 한국이 두 나라로 나뉘어지는 비극에 이르게 되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바세계의 무상함과 무명을 깊이 체험한 숭산선사는 20살도 되기 전에 사회를 등지고 산으로 들어가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도 전염병이나 전쟁 등의 재난과 비극은 줄곧 있어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그러한 것들에 맞닥뜨리고 있으며, 미래에도 그러한 상황들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러한 재난과 비극이 닥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을 잃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이들은 오히려 그러한 난관 속에서 마음을 깨쳐 세상을 돕게 됩니다. 시대와 장소에 관계없이 존재하는 그러한 사바세계의 고난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떻게 그러한 것들을 소화해서 스스로의 평화로운 삶을 살고, 또 다른 이들이 평화로운 삶을 살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약 2주일 전에, 대봉선사께서 무상사 운영위원회 회원들에게 이 전법식에 대해 공지를 하셨습니다. 공지 끝에, 스님께서는 “제가 절에 사는 고양이 세 마리 중에 한 마리에게 전법을 할 것입니다.” (좌중 웃음) 그 때도 여러분들처럼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다른 손님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스님께서 또 전법식에 대한 말씀을 하시다가, 절에 사는 고양이 세 마리 중에 한 마리에게 전법을 하실 것이라고 똑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역시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저도 웃었지만, 잠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혹시 농담 아니실지도 모르겠는데. 두 번이나 말씀하시지 않았나…!” (좌중 웃음) 여러분께 드리는 저의 농담입니다!

그런데 몇 년간 그 고양이들을 지켜보면서 전법 받을 만한 후보자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들은 사람들처럼 생각이 많지 않고 훨씬 단순하고 느긋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명상하는 듯한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원하는 것을 어떻게 이루는지도 잘 압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쓰다듬을 받고 싶으면, 앞에 와서 땅에 온 몸을 뒹굴며 비틀어 댑니다. 100% 합니다. 분별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저 할 뿐’입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쓰다듬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 있는 거의 어느 누구도 동물의 삶을 살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생에 동물로 태어나고 싶은 사람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동물의 마음은 단순하고 집중도 잘 하지만, 자기의 상황만을 위해서 그렇게 하지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는 거의 없습니다. 인간은 생각도 많고 복잡한 존재이지만, ‘오직 모를 뿐’인 본성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마음이 단순해질 뿐만 아니라 성성하고 또한 넓어지기까지 합니다. 내 상황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다른 존재들의 고통과 아픔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대자대비심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조차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내 자식이, 배우자가 또는 친구가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내 제자가, 내 스승이 왜 그렇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매 순간 우리의 본성인 ‘오직 모를 뿐’인 마음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사람뿐 아니라 일체와 통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이해한다’ 또는 ‘이해하지 못한다’ 등의 생각이 사라집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들을 완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다.”

순간을 잃으면, 고통의 바다로 화살처럼 떨어져서 인생을 잃을 것입니다.

순간을 체득하면, 고통을 체득하여 진실한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순간을 어떻게 체득해내느냐구요?

(주장자로 바닥을 한 번 치고) 쾅!

잘 들으셨습니까?

(주장자로 바닥을 한 번 치고) 쾅!

이 주장자가 갈색인 것을 보십니까?

(주장자로 바닥을 한 번 치고) 쾅!

그 소식을 잃지 말 것이며, 모든 이를 위해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이 순간 각 시간대, 각 처에서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탄월